평소 슈트를 입을 일이 전혀 없기 때문에 슈트에 관심도 없고 단 한벌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데 이번주 토요일날 요-스케의 결혼식 피로연이 있기에 어쩔수 없이 한벌 구입해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어찌되었건 한벌정도는 가지고 있는 편이 나을 것 같았고 어느 정도 격식을 차릴 자리도 내년부터는 꽤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단 와타나베상한테 괜찮은 슈트 브랜드가 있으면 추천을 좀 해달라고 했다. 와타나베상은 이탈리아에 2년정도 유학을 다녀오기도 하였고 평소 남다른 센스를 자랑하는 아저씨.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걸맞는 멋진 양복을 좀 추천해 달라고 하였더니 와타나베이 추천해준 것은 역시 이탈리아 브랜드. 어쩌다 한번 입을 옷에 그렇게 돈을 쓰는 건 조금 그래서 일단 저렴한 브랜드를 찾아보았다.
뭐 저렴한 것만 따진다면 양복의 아오야마(洋服の青山)나 아오키(AOKI)에서 그냥 눈 딱 감고 사는게 제일 좋을 것 같았지만…그래도 조금은 센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SUIT COMPANY등도 찾아보았지만 역시 그저 그렇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회사를 나와서 신쥬쿠로 향했다. 일단 유우코가 추천해준 ZARA를 둘러 보았다. 스페인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저렴한 가격(쟈켓 기준 2만엔대)에 그런대로 괜찮아 보였지만(슈트에 대해서는 잘 모르므로..;) 역시 뭔가 부족한 느낌. 그리고 사이즈를 찾기도 힘들고 매장은 넓은데 점원들이 어디 짱박혀 있는지 찾을 수가 없다..; 겨우 점원을 불러서 적당한 사이즈를 찾아달래서 시착을 해보는데 어떻게 보관을 했는지 옷에 군데군데 주름이 가있고 쟈켓이라 그랬는지 그냥 그 자리에서 옷을 입어보게 한다. 허허허… 바닥에 입고 있던 옷을 내려놓고 일단 입어보긴 했는데 라인이 그렇게 썩 마음에 들지가 않는다. 마무리도 그렇고 실도 그렇게 좋은 실을 사용한 것 같지가 않다. 역시 싼게 비지떡이라고 했나.
그래서 다시 마루이(マルイ)의 남성관을 찾았다. 7층에 올라가니 떡하니 보이는게 타케오 키쿠치(TAKEO KIKUCHI).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간다고 쪼르르 달려가서 둘러보니 좋아하는 브랜드라 그런지, 선입견이 있어서 그런지 한번 입어보니 마음에 딱 든다. 점원도 아직 미숙한 것 같긴 하지만 열과 성의를 다해서 한번 팔아보겠습니다!라는 기합이 전해져 온다. 일단 라인이 부드럽게 잘 빠져있고 원단도 좋고 마무리도 디테일한 부분까지 잘 되어 있어서 정말 마음에 드는데 나한테 맞는 사이즈가 있는 디자인은 2종류밖에 없단다. 일본얘들이 원래 옷을 좀 작게 만드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렇게 사이즈가 없을 줄이야. 혹시라도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있으면 세미 오더 메이드로 주문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그럴 경우 1만엔 추가에 1주일 이상 기다려야 한다. 포기 할 수 밖에 없었다..;
다른 곳도 더 둘러보려고 했지만 벌써 9시. 가게 문 닫을 시간이라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슈트 사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구나..; 유우코에게 이야기했더니 역시 이탈리아나 해외 브랜드 쪽을 알아보는게 좋을 것 같다고 한다. 이세탄 멘즈관(伊勢丹メンズ館)에 가보라고 하는데 목요일과 금요일은 플로어 회식과 송별회가 있어서 시간이 안 나는 관계로 이번 요-스케의 결혼식 피로연에는 그냥 깔끔하게 입고 가기로 하였다. 다음에 유우코 시간 날때 같이 시즈오카(静岡)에 있는 고텐바(御殿場)의 아울렛에 가서 구입하기로 하였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기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구나. 특히 나이를 들어가면서 구애받는 부분이 많이 생겨서 그런건지 더 더욱 어려워지는 것 같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고 한번 그런 부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는 것 같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